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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호경.jpg


명호경시집표1-0.jpg


리토피아포에지?75
어머니의 난중일기

인쇄 2018. 10. 13 발행 2018. 10. 18
지은이 명호경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숭의3동 120-1)
전화 032-883-5356 전송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99-6 03810

값 10,000원


1. 저자

명호경 시인은 전남 고흥군 나로도에서 출생하여 전남대학교 여수평생교육원 문예창작반에서 수강하고 2017년 리토피아 신인상을 받으며 등단했다. 현재 수협중앙회 목포어업정보통신국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2. 자서

시인의 말
대나무 숲 너머로
흔들리던 오늘이 지나고
아스라한 지리산 자락 넘어
붉은 하루가 아쉬움으로 간다.

서쪽하늘 노을 담은 내만內灣에는
상어 등지느러미 닮은 간출여가
바다를 가르며 항해 중이다.

여름 숲 흔드는 바람으로
등 뒤에서 밀려오는 파도소리로
어깨를 토닥이던 오늘이
푸르디푸르게 마음으로 스민다.

2018년 가을
명호경


3. 목차

차례

제1부
득량만 일출  15
초양도 유채밭에서   16
농무濃霧  17
황석어젓  18
금오도에서  19
서설瑞雪  20
정어리 쌈밥  22
개도 미역길  24
수산시장의 봄  25
그 해, 봄은 오지 않았다  26
환생幻生  28
성실한 노동명 씨  30
화장실 낙서  31
노량포구 다방에서  32
억새  34
가을여자  35
녹두 석 되  36
철쭉  37
반딧불족  38


제2부
봄동  43
보리피리·2  44
깊어지는 집  46
난꽃 향기  48
이사 가던 날  49
고장 난 벽시계   50
삼천포에서  51
봉남 고모님  52
가을 끝자락, 피아골에서  53
창우와 어머니 이야기   54
어머니의 난중일기亂中日記  56
가슴 터지게  58
곰취  59
꽃게잡이 한일호  60
나비, 검은 무늬를 지우다  62
노을 지다―현기 엄니를 기리며   64
바람의 넉살  66
바다에서  68
가을이 깊다  70


제3부
증도 일몰  73
벚꽃 지다  74
조용한 윷놀이  76
과속방지턱  77
앵두꽃  78
다림질  79
서열  80
은혜미용실  82
저는 귀가 어둡습니다  83
손편지  84
가요무대  86
허물  87
희섭이 뺨 세 대 맞은 이유  88
꽃이슬 찐빵집  90
참새 뷔페  91
보리피리·1  92
꽃들의 다툼  94
물미기탕  96


제4부
지게질  99
똥꽃 100
민어 복달임 하던 날 102
쪼시개 104
양몰이 개 보더 콜리 106
빈모 유감 108
쑥부쟁이꽃 110
불꽃축제 111
덕열네 어메 시집살이 112
체면 114
걸레를 추억하다 116
갈증 117
사망부시思亡父詩 118
세월 120
야행성 121
삼천포 자연산 횟집 122
봄비 124

해설/한용국 신명과 환대로 출렁이는 금빛 비늘의 축제
―명호경 시세계 125


4. 평가

  명호경 시인의 시집에서 우리는 열림과 들림에서 신명이 피어오르는 축제의 공간을 만난다. 각각의 시편들은 바다와 삶을 향해 무한히 열리고, 시인은 그 자리에 바다를 터전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한 사람 한 사람 들어앉히며 시나브로 그들과 한 몸을 이룬다. 바다를 배경으로 거느린 삶, 그뿐만 아니라 바다를 일구며 살아가는 삶은 신산스럽다. 흔히 삶의 보조관념으로 등장하는 풍파가 그대로 육체가 되는 삶이다. 시인은 그 풍파와 신산을 시에 불러들여 각각의 사연을 보고 듣고 느낀 대로 옮겨 적는다. 하지만 단순한 옮김이 아니라, 새로운 살림으로서의 옮김이다. 시인의 시 속으로 들어간 사람들의 신산스런 삶은 모르는 사이에 넉넉하고 여유로운 삶으로 변모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일까. 명호경 시인의 시들은 조선시대의 풍속화나 민화를 떠오르게 한다. 웃고 울고 부대끼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시집 속에서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이다. 페이지를 넘길수록 한 편 한 편의 시들이 한 폭의 그림으로 양각되어 일어서면서 접혀있던 거대한 민화첩이나 풍속화첩이 한 폭씩 펼쳐지는 느낌을 준다.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시인 또한 그 속에서 이웃들과 함께 풍파와 신산을 겪으며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명호경 시인의 시집에 나타나는 언어의 열림은 함께 겪음으로 나아가면서 들림의 자리로 건너가는 밑자리로 번져간다. 그것은 비유적으로 말하면 삭힘이라고 부를 만한 것이다./한용국(시인)


5. 작품

득량만 일출



부표 끝 깃발을 흔들며
바람이 얹혔다 지나가길 수차례
어둠도 미명으로 빗장을 풀었다


저시정주의보가 발효되고
안개는 바다 위 바다로 일렁이다 걷히면
물결이 햇살 태운 채 만을 향해 달려갔다


득량만 너른 품에서 평생을 산 어부가
밤새 조류 탄 그물 갑판 위로 올리고
싱싱한 파닥거림 잦아들 때 기다려
바쁠 것 없이 포구로 회항했다


하늘과 바다가 함께 붉었다가
전어의 등 닮은 유선형 해안으로
에메랄드 빛 바다 위로
둥근 희망만이 차오르고 있다.





초양도 유채밭에서



나부끼는 샛노란 안개로
카메라 초점이 흐렸다
움직이지 말고 그대로 있으라고
꽃들에게 그리 속삭였으나
여전히 초점은 흐렸다
돌아올 수 없음을 알면서도
바다 향한 가련한 몸짓마저  
서럽디 서러운 봄날
‘저의 진정성이 결국 거짓을 극복했다’며
휴대폰 진동모드에서
선거용 문자가 쉬파리처럼 윙윙거렸고
반성 없는 스팸이 쌓여가지만
유채꽃 끊임없이 나풀거리며
왼쪽가슴 위 박제된 노랑으로만
매달려 있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노랗디노랗게 물결치다가
끝내 푸른 계절에 닿을 것이다.





농무濃霧



하얗게 어두운 곳에서
그만 길을 잃었고
하늘 낮게 내려와
바다와 하나가 되었지

경계 흐릿한 곳에서
안개에 먹히지 않게
귀를 세우고 소리에 집중할 때다
항로가 또렷해지는 그 때까지
날선 무중신호를 보내며
두 눈 부릅뜨고 사주경계를 해야만 하지

삶도 그렇게
등댓불 보이지 않던 칠흑 같은 밤
까마득한 수평선 위에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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