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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진에 가면 있다, 없다

 

빌딩숲이 자정에 도시를 떠나는 기차를 따라 정동진에 간다.

어둠을 벗어나 철커덕철커덕 철길을 밟으며 해를 보러간다.

도시의 달은 알코올에 취해 눈빛이 흔들리고 초점이 흐리다.

스멀스멀 밤안개가 홑이불 덮어주며 기침하는 달을 가린다.

새벽의 정동진역, 메뉴판의 안주 같은 사람들이 몰려나온다.

그 사이에 달은 벌써 서울행 기차에 올랐다.

달 대신 촉촉한 이슬에 바다는 소주가 된다.

메뉴판의 글자들이 첨벙첨벙 바다에 뛰어든다.

 

새벽기차는 철길이 없는 바다로 길을 낸다.

안주가 이슬을 마신다. 이슬이 안주를 먹는다.

기차와 이슬과 안주가 서로를 먹고 마신다.

파도가 갈지자로 출렁이며 모래 위를 뒹군다.

 

부침개가 먹고 싶은 날, 기차를 타고 정동진에 가면,

바다가 보이는 갈매기횟집 통유리창 너머로,

프라이팬에 쟁반같이 둥근 해를 부쳐내는

아주머니가 있다.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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