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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권(65호-68호)
2018.06.02 15:31

67호/신작시/최연/혀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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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최연




혀 외 1편


이마 근처에 주름살이 생겼다
저 멀리 첩첩산중을 에우며 돌아온
메아리가 새겨졌다
울퉁불퉁한 길을 맘만 앞서 젊은 날이 갔다

엎어진 기역자가 꼬리를 길게 하며
눕힌 니은자가 허리를 굴려가며
입안의 검은 동굴에 퍼지는 울림
혀로 천장을 받들면서
혀로 앞니를 닫을 줄 알게 되면서
동굴 안이 편안한 이유를 알겠다
입안에 혀가 있는 이유를 알겠다

하루에 기역 한 번
니은 한 번
그러다 이마에 수많은 메아리가
큰 산처럼 어깨를 기대고
알타미라 동굴 같이 주름이 늘어갈 때
더 이상 동굴에 희미한 빛조차 들어오지 않게 될 때

사람들은
내 주름살이 새겨놓은 글자를
메아리로 받을지 어떨지



겨울에서 여름으로


수북한 햇살의 전사들을 모두 떨구면서
한 오라기 남은 그늘의 방패마저 훨훨 불사르면서
파란하늘 들여놓은 나무 한 그루
화살촉 같은 바람을 나뭇가지 사이로 숭숭 보내버린다
서슬퍼런 차가움에도 얼어붙지 않는다
툭툭 살을 뚫고 나온 불씨로
꽃잎들 사방에 흩뿌리던 시절 저장해 두고
찬바람에 훌러덩이다
평생토록 불을 다스려 만들어진
울퉁불퉁한 겉면을
들여다보고 또 들여다 보는 것인지,
여러 겹의 옷을 입고 있는 내가
나무의 전략을 들으려고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간 순간
꽁꽁 싸맨 어둔 방에서
겨울눈을 보았다
저 땅 속 아래서부터
아스라하게 흙먼지를 일으키며 진군하는
병사들의 발자국 소리가
내 귓속의 이명처럼 들려왔다

이제 방금, 초록 우거진 숲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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