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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7권(65호-68호)
2018.04.10 13:37

67호/신작시/고경자/구름이 필요해요 외 1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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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작시


고경자



구름이 필요해요 외 1편


조개구름이 산 그림자를 타고 내려오는 가을 오후입니다.

나는 파란 하늘에 숨어 먼 나라로 떠나고
비늘구름은 허공을 내려와 가을을 내려놓습니다.

물고기구름 한 마리가 파도를 타고 신나게 헤엄치면
하늘과 땅 사이는 커다란 바다가 됩니다.

털쌘구름은 고추잠자리를 풀어 꽃무늬 장식을 하고
햇살로 뜬 외투의 시작점이 어디인지 궁금해지면
나뭇잎은 손 편지를 보냅니다.

하늘 어디쯤 도달한 추억이 어떤 구름에서 쏟아져 내리는지 궁금한 시간이 떨어집니다.

키다리 아저씨 키만큼 높아진 가을 하늘에서 보면 정상과 비정상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한 사람이 보입니다. 한 세계에서는 그를 밀어내고 다른 세계에서는 그를 포함시키려고 하지 않지요. 그 사람을 따라가면 틀 속에 갇힌 세상이 보입니다. 나에게서 정상과 비정상의 성분을 똑같이 추출한다면 어디에 속하게 될까요?

세상을 구름으로 부풀어놓으면 행복한 사람이 더 많아질까요 아니면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아질까요?

별들은 구름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을까 잠들지 못하고 밤은 별을 붙잡고 아침까지 놓아주지 않습니다.

지금 나에게 구름이 필요한 시간, 멋진 구름 신발을 신고 여행을 떠나기 위해 짐을 꾸려야 합니다.



소낙비


함박눈 대신 소낙비 내리는 겨울 오후,
눈과 비가 교차하는 구름 속 어디쯤
잃어버린 이월의 이야기가 있다.

작은 북에서 큰 북소리까지
비는 소리로 걸어왔다.

출발선에서 내딛는 첫 발이 결승점을 통과할 때까지
펄떡이는 열아홉 소녀의 심장소리가
허공을 두 개의 선으로 가르곤 했다.

책과 책 사이를
한 줄기 소나기가 후드득 읽다가 가고
후르르 써 내려가는 행간에
내 이름 하나만 덜렁 남았다.

여기가 끝일까

시작은 있어도 끝은 보이지 않고
내일을 위한 시간들이 아직 찬바람뿐인
이월의 나무들을 피어나게 한다.

빙점을 잃어버린 비가 내리고
소낙비가 쓴 문장을 읽는 시간이다.
아직 읽어야 할 문장들과 단어 중에서
어떤 것을 골라야 할지 주춤하는 사이,
비는 시험이 끝난 시험지처럼 입을 굳게 다물었다.

비로소 쉼표 하나 보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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