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작시
오창렬
똥꽃 외 1편
예전에는 그랬지
똥거름 먹고 땅은 열심히 꽃을 피워냈지
지금도 그렇지 사람들은 밥 먹고 줄기차게 똥을 피워내지
그러니 똥거름이 밥이고 꽃이 똥이지
아니 똥이 꽃이지
꽃을 본다고 말하듯
똥 누다 대신 대변 본다는 말을 써 온 것은
똥이 꽃이기 때문이지 가을을 수놓는 저 노오란 국화도
봄여름을 먹은 국화의 똥인 때문이지
세상 사람들이야 어떤 밥에는 코를 막고
어떤 똥에는 코 박고 큼큼거리지만
땅의 밥 아닌 것이 어디 있으며 땅의 똥 아닌 것이 어디 있으랴
부모님이 꽃피우시고자 했던 내가 가끔 똥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사실을 생각하는데
개가 길가에 멈추더니 꽃을 싸고 간다
땅 속까지 밥 냄새를 풍기고 간다
소리별
씨에 물알이 들기 시작하고 강아지풀 이삭들 귀고리처럼 구부러지니 풀벌레 소리 잡초처럼 무성하다 풀벌레에게 열매란 사랑을 얻어 슬어놓는 알, 알일 것이나 또르르 또르르 강아지풀 귀고리를 노리는 울음은 자꾸 미끄러지고 울 날도 얼마 남지 않아 애끓는 백로白露 절節
오지 않는 잠을 떼어놓고 삼천 둔치라도 나가면 이슥하여 그믐달도 실눈을 뜨고 달빛에 이슬 내린 듯 또르르, 또르르, 귀고리마다 장식구슬 함초롬해서는 구슬은커녕 이슬 한 방울 마련 없던 내 청춘이 왜 그토록 불안했는지 알 것도 같다 아, 그렁그렁 앓는 풀벌레소리로 풀밭 가득 소리별 뜨고 나는 지상의 존재들이 반짝이는 비밀을 엿본 듯도 했다
나도 외로움을 꺼내 가만히 비벼본다 가을이 울음소리로 다가왔다 또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