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문화예술소통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닫기
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신작시



김선환





떠날 때를 아는 것은




파도가 몰려와 안부를 묻고
구름도 백록담에 걸려 나부끼고 싶은
수 백만 년 시간 속에 잠자던 신비의 섬


오랜 정적이 퇴적되어 침묵으로 굳어진 길에
소란스럽게 떠들며 몰려드는 사람들
욕망도 같이 와서 오름 속으로 숨어든다


올레길 따라 가며 거품들이 뭉쳐 구르고
애드벌룬으로 떠오른다
해안의 파도가 인사하는 것도 안중에 없다


잘린 산허리에 불쑥 뿌리박고
자라기 시작한 탐욕이
탐라왕국 천년을 바다 속으로 가라앉힌다
해안의 풍광이 가림막 처지고
속닥거리는 음모가 퍼져나간다
다가오다 멈춘 파도는 저 멀리서 서성거린다


말없이 서있는 섬이 산이고
산이 섬인 일체 하나의 땅
섬과 산이 분리되기 시작한다


지긋이 억누른 섬의 분노가
가끔은 혹독한 눈 내리고
비바람을 일으켜 범접할 수 없는 곳임을
알려 주지만 소용없는 일





흔들리는 손짓




밤나무 우듬지
돌돌말린 낙엽 하나
몸을 웅크린 채
떨고 있다


푸른 옷 입고 와서
생명을 만들어 놓고
아쉬움이 남아
바다를 향해 손짓한다


아직도 밤나무 밑에는
지난 가을의 흔적이
입을 벌린 채 오래된
속살을 드러내고 있는데,


울돌목을 돌아 온 바람이
이제 가야 한다고
나무 가지를 세차게
흔든다


옆집 한가한 소나무
봄이 무르익어 꽃필 때는
인사도 없이 사라져 버리니
아직 때가 아니라한다





김선환 2016년 《문학사랑》 신인작품상. 2016 《현대시조》 신인상. 2017년 《아동문예》 문학상. 현 한남대학교 화학과 교수.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 제16호/아라산문/정무현/시와 시노래/북한산 편집부 2017.10.27 643
68 제16호/아라포럼/청라문학의 시를 듣는다 편집부 2017.10.27 691
67 제16호/아라세계/신연수/인천문학사(6)―김동석의 시詩와 평론評論 편집부 2017.10.27 943
66 제16호/시집 속의 시/정미소/가지 않는 길 편집부 2017.10.27 563
65 제16호/서평/정령/미물도 살아 숨 쉬게 하는 힘 편집부 2017.10.27 896
64 제16호/계간평/백인덕/그리운 것들의 뒤를 살피다 편집부 2017.10.27 329
» 제16호/신작시/김선환/떠날 때를 아는 것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65
62 제16호/신작시/이세진/사과껍질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45
61 제16호/신작시/윤병주/대관령의 봄, 不立文字*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87
60 제16호/신작시/배귀선/환청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32
59 16호/신작시/김선숙/허공이라는 말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11
58 16호/신작시/조규남/골목을 들어올리는 것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13
57 16호/신작시/강문출/진화하는 밥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33
56 16호/신작시/안성덕/말없는 소리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23
55 16호/신작시/윤종희/지금도 꺾이지 않는 갈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50
54 16호/신작시/정안나/숟가락이 숟가락을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36
53 16호/신작시/허청미/그녀 뜰에 수국이 피는 까닭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81
52 16호/신작시/윤정구/제2의 복음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90
51 16호/신작시/김왕노/우리에게 섬이 너무 많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51
50 16호/신작시/이성필/걸렸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