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문화예술소통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닫기
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신작시



이세진





사과껍질




체육공원 벤치에 앉았는데
어디서 달콤한 향기가 났다
벤치 뒤쪽
누가 깎아 먹고 버린 사과 껍질이
내뿜는 향기였다
저 버려진 껍질도
달콤한 즙은
진달래꽃 핀 골짜기
돌아 나오는 바람이 갈증을 달래고
썩으면 또한 거름 될 것 같아
말라가는 껍질 주워 보는데
몇 마리 개미들이
남은 속살 갉아 먹는 것이 아닌가
사람인 나도 하지 못한 육신 공양
마지막까지 보시 하는 것 같아
저절로 무릎 꿇어
두 손 모으게 하는
버려진 사과껍질 위로
봄 햇살 쏟아지는 오후






햇나물밥



보리누름에 찾아간 친구 집
툇마루에 앉아 받은 산나물밥
먼 날, 한 여인 생각났지요
겉보리 서 말이면
흉년을 넘기셨다던 말씀
새삼 떠오르는 깜깜 오월 그 해
새 집 짓고 고단했던 삶 이야기
사십 넘어 칠 남매의 장남이 들은 적 있지요
조석으로 팔 할 햇나물과
이 할 쌀로 지은 나물밥 두 그릇
아버지 상에 올리고 자식들 챙기시면
솥바닥 닿는 무쇠주걱 소리에도
허기를 잊으셨다던 내 어머니
청보리밭 사잇길로 아이 하나
무명 치맛자락 잡고 따라 가는 모습
붉어오는 눈시울 들키기 싫어
바라보는 산벚꽃 희끗하던 먼 산
명주바람 상머리 돌아나갈 때
자네 무슨 생각 그리 많은가 밥이나 들게…
친구 말 내 귀 팔 때까지
숟가락 들지 못하던
그 밥 한 그릇






이세진 2014년 《시와 사람》으로 등단. 시집 『저녁 무렵 구두 한 컬레』 외.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 제16호/아라산문/정무현/시와 시노래/북한산 편집부 2017.10.27 527
68 제16호/아라포럼/청라문학의 시를 듣는다 편집부 2017.10.27 572
67 제16호/아라세계/신연수/인천문학사(6)―김동석의 시詩와 평론評論 편집부 2017.10.27 791
66 제16호/시집 속의 시/정미소/가지 않는 길 편집부 2017.10.27 459
65 제16호/서평/정령/미물도 살아 숨 쉬게 하는 힘 편집부 2017.10.27 757
64 제16호/계간평/백인덕/그리운 것들의 뒤를 살피다 편집부 2017.10.27 269
63 제16호/신작시/김선환/떠날 때를 아는 것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03
» 제16호/신작시/이세진/사과껍질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37
61 제16호/신작시/윤병주/대관령의 봄, 不立文字*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20
60 제16호/신작시/배귀선/환청 외 1편 편집부 2017.10.27 270
59 16호/신작시/김선숙/허공이라는 말 외 1편 편집부 2017.10.27 284
58 16호/신작시/조규남/골목을 들어올리는 것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19
57 16호/신작시/강문출/진화하는 밥 외 1편 편집부 2017.10.27 268
56 16호/신작시/안성덕/말없는 소리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40
55 16호/신작시/윤종희/지금도 꺾이지 않는 갈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289
54 16호/신작시/정안나/숟가락이 숟가락을 외 1편 편집부 2017.10.27 271
53 16호/신작시/허청미/그녀 뜰에 수국이 피는 까닭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05
52 16호/신작시/윤정구/제2의 복음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83
51 16호/신작시/김왕노/우리에게 섬이 너무 많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278
50 16호/신작시/이성필/걸렸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6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