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문화예술소통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닫기
아라문학 수록작품(전체)

신작시



윤종희





지금도 꺾이지 않는 갈대




어둠이 지나고 나면
허기를 채우기 위해 흔들림 속으로 들어간다
물속에서, 물 밖에서 어디서나
버려야할 기억이 계속 흔들리고 있다


저수지 바닥을 드러낸 곳에
작은 물 흐름을 거스른 채
부레 견주기에 지쳐버린 큰 잉어가
진흙탕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뻐끔거린다


푸르게 앙감질하는 둑의 잔디
순리를 거스른 끈은
사막의 모래가루를 만들며
마두금 음률에 맞춰 눈물 짖는다


숨겨진 진실은 저수지 둑 너머에 잠기고
잊혀버리기 쉬운 것들이 잊어버려지지 않고
그 해 만들어 놓았던 사막의 기류가
자리를 차지하며 아직도 하얗게 빛난다






가로수




둥근 네 발이 스스럼없이 굴러 찢긴 나무의 그림자를 밟고 가는 사이
바튼 기침을 뱉어내며 견디고 있다
지켜보기에도 두려울 만큼 서늘한 형벌을 온몸으로 받아가며
거침없이 자란 잔가지도 바튼 기침을 뱉어내며 오늘을 견딘다
무수한 발자국들이 나무의 그림자를 밟고 가는 사이
귀를 찢는 날카로운 소리를 거두기 위해
떨리는 가지를 길 쪽으로 더욱더 기울인다.
검은 거리에서 손과 손 마주잡고 거침없이 도로를 향하여 뻗어간다
뻗은 만큼 잘려버릴 거추장스러운 날갯짓이라도 거침없이 나아간다
잘려버려질 헛된 날갯짓이라도 거침없이 나이테 키워간다
속으로 키운 나이테는 푸른 꿈을 지켜낸 가로수 공간의 자서전이다







윤종희 2008년 《조선문학》으로 등단. 원주문학상 수상.

번호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수
69 제16호/아라산문/정무현/시와 시노래/북한산 편집부 2017.10.27 643
68 제16호/아라포럼/청라문학의 시를 듣는다 편집부 2017.10.27 691
67 제16호/아라세계/신연수/인천문학사(6)―김동석의 시詩와 평론評論 편집부 2017.10.27 944
66 제16호/시집 속의 시/정미소/가지 않는 길 편집부 2017.10.27 564
65 제16호/서평/정령/미물도 살아 숨 쉬게 하는 힘 편집부 2017.10.27 897
64 제16호/계간평/백인덕/그리운 것들의 뒤를 살피다 편집부 2017.10.27 329
63 제16호/신작시/김선환/떠날 때를 아는 것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65
62 제16호/신작시/이세진/사과껍질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45
61 제16호/신작시/윤병주/대관령의 봄, 不立文字*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88
60 제16호/신작시/배귀선/환청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32
59 16호/신작시/김선숙/허공이라는 말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11
58 16호/신작시/조규남/골목을 들어올리는 것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513
57 16호/신작시/강문출/진화하는 밥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34
56 16호/신작시/안성덕/말없는 소리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24
» 16호/신작시/윤종희/지금도 꺾이지 않는 갈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51
54 16호/신작시/정안나/숟가락이 숟가락을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36
53 16호/신작시/허청미/그녀 뜰에 수국이 피는 까닭은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81
52 16호/신작시/윤정구/제2의 복음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91
51 16호/신작시/김왕노/우리에게 섬이 너무 많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352
50 16호/신작시/이성필/걸렸다 외 1편 편집부 2017.10.27 4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