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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가 선정되었다.

<수상자>
권정일 시인

<수상시집>
'수상한 비행법', 북인 발행)

<수상자 약력>
1961년 충남 서천 출생.
1999년 <국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
시집 마지막 주유소,수상한 비행법.
산문집 2009년 치유의 음악.
2009년 부산작가상 수상.
현 거주지 부산.

<시상식>
2011년 2월 26일(토) 오후 5시

<시상식장>
세종컨벤션웨딩부페(인천 제물포역 앞)

<후원>
인천신문사, 독서신문, 솔출판사, 열린시학, 행문회, 행소

<본심>
강우식(시인), 박제천(시인), 장종권(시인)

<예심>
고명철(평론가), 고인환(평론가), 이성혁(평론가), 장이지(시인)

<김구용시문학상운영위원>
김동호(시인), 강인섭(시인), 임강빈(시인), 장종권(시인), 구경옥(김구용 시인 가족)

<김구용시문학상 선정 기준 요약>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등단 15년 이내의 시인이 이전 2년 동안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차세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심사 경위>
실험성 짙은 작품

≪리토피아≫가 10여 년 세월 동안 오래 구상하였던 김구용시문학상의 첫해를 맞게 되었다. 그만큼 이 상은 출발에서부터 신중에 신중을 기하였다는 말씀을 우선 시상경위에 앞서 드리고 싶다. 알다시피 장종권 주간은 김구용 시인이 시단에 추천한 몇 안 되는 제자 중의 한 명이고, 나 또한 김구용 시인에게 시를 직접 배운 제자 중의 한 명이기 때문에 무엇보다도 김구용시문학상을 제정하기에 앞서 조금이라도 스승에게 누가 되는 일이 있으면 안 된다는 부담감이 컸다.
그분의 삶이 원래 그랬다. 일생 시를 쓰면서 “실패하는 것도 문학”이라며 결단코 남들이 하는 시를 따라 쓰려 하지 않았고, 또 요즘 문단 인구가 많으니까 벌어지는 추태이겠지만 무슨 감투 하나 가지려 하지 않은 고결한 시인의 길을 걸은 분이셨다. 누구나 가지고 싶어 하는 예술원 회원 자리조차도 가까운 동료들이 같이 하자고 권해도 본인은 자격이 안 된다고 굳이 사양하신 어른인 것을 알기 때문에 상을 제정하는 것도 극히 조심스러웠다.
김구용 시인은 일생을 많은 시인들에게 ‘맑은 문학’이 어떤 것인가를 몸소 시현하여 보여주신 어른이시다. 그만큼 김구용시문학상도 수많은 상이 난무하는 시단에서 무엇보다도 가장 ‘맑은 시문학상’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장종권 주간이나 예심에 참가한 ≪리토피아≫ 관계자들에게 있었으리라. 그리하여 이 땅의 젊은 시인들이면 해마다 발표되는 김구용시문학상의 수상자가 누구이고 수상 시집은 무엇인지 관심을 갖는 상을 만들고 무슨 상보다도 받고 싶어 하는 상으로 키우고 싶은 것이 어찌 나 혼자만의 욕심이겠는가. 대한민국 문단에 이런 상이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예심에서는 지난 2년간 발표된 시집들을 대상으로 하여 예심위원들이 1차선별을 거쳐 11권의 시집을 추려내고, 다시 난상토론 끝에 최종심에 4권의 시집을 추천했다. 최종심에 참가한 본심위원들은 어떤 편견이나 흔들림 없이 단호하기로 했다. 그래서 최종적으로는 두 권의 시집만 남게 되었다. 권정일의 수상한 비행법은 실험성이 짙었다. 모든 초현실주의 시가 그러하듯이 엉성하고 거친 면도 숨길 수 없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본심위원들은 세상에 새로운 것은 없지만, 새로운 것을 시도하려는 시인의 태도가 시적 성취도를 떠나 우선은 김구용 시 세계와 그리 멀지 않다고 보아 수상작품으로 결정하기에 이르렀다. 내년부터는 보다 자유스러운 경계 안에서 김구용시문학상이 논의 될 것을 약속드린다.

2011년 신묘년 정초
본심위원 강우식(글) 박제천 장종권

<수상소감>
성공한 시인보다 시 쓰는 자체로 충분한 선한 시인으로 남겠다

엄격한 생각으로 허영을 버릴 때
시는 한 사람의 독자를 얻는다.-김구용

시는 많은 것을 주었고, 더 많은 참혹한 아름다움을 주었습니다. 혼곤한 여유를 주었고, 지면서 이기는 엄격함을 주었습니다.
청춘처럼 뜨거움이 그리운 날입니다. 내가 내 자신을 아무것도 아니면서 아무것이라고 말할 수 있는 청춘의 자오선, 시 속에, 시인들 속에, 속해있는 것만으로도 내가 가장 화려하게 발화하는 동안이었습니다. 아무리 절박해도 내게 구애의 신호를 보내지 않던 불가피한 나르시시즘이, 그 동안의 모든 보이지 않은 것들이, 미안함으로, 혹은 불안감으로 내 일상을 쑤셔대기 시작할 무렵, 시는 착하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수많은 나에게 질문하곤 했습니다. 아는 만큼 아픔인 것이 시고 시인이고 사람 사는 일이었습니다. 과잉과 결핍은 한 몸이었습니다. 킬리만자로의 만년설이었습니다.
나 자신과 재회할 무렵, 수상 소식을 들었습니다. 기쁨이자 아득함이었습니다. 정의란 무엇인가무엇인가를 읽다가 한 구절에 오래 시선을 붙들고 있었을 때였습니다. ‘선한 의지가 선한 까닭은 그것은 어떤 효과나 결과를 낳아서가 아니다.(칸트) 비록 이 의지가 원래 의도를 널리 퍼뜨릴 힘이 매우 부족하다 해도, 아무리 노력해도 성과를 얻을 수 없다 해도 그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 보석처럼 빛날 것이다.’ 라는 글귀였습니다. 수시로 변하는 현실에서 삶의 근원적 태도에 무리가 없었는지 시인으로서 편협한 계파주의를 벗어나고자 하는 내 마음이 과연 칸트가 말하는 선한 의지였는지 스스로 자문해 보았습니다. 그것은 널리 인정받든, 그렇지 않든, 그 자체로 선하다는 말일 것입니다.
김구용 선생님은 글에서나 삶에서나 한 번도 자신을 내세운 적이 없었다고 합니다. 글에서 빛나는 보석은 성공을 쫓거나 추구하는 것이 아님을 당신 삶의 자세로 일깨워 주셨다고 합니다. 이제 선생님의 한 독자로서 김구용시문학상 제1회 수상자로서 끝내 시인으로 남길 원했던 선생님처럼 저 또한 끝내 성공한 시인보다 시 쓰는 자체로 충분한 선한 시인으로 남겠습니다.  
무슨 이유일까? 바람이 창을 흔들고 지나갑니다. 다 드러났습니다. 김구용 선생님의 생전의 뜻을 새기며, 큰 영광을 안겨주신 심사위원님들과 리토피아와 나에게 원관념으로 작용했던 시인들과 가족과 부처님께, 감사의 인사는 넘칠 때조차도 부족하지만 깊이 감사드립니다.

2011년 1월
수상자 권정일

<수상시집 중 자선 10편>
자본주의 혹은 종이


짐승의 가죽을 부드럽게 하여 만든 양피지,
나무를 얇게 깎아서 만든 것과 같은 것들은 모양과 용도가 같아도
종이라 할 수 없다고 네이버 백과사전은 정의한다. 종이의 정의는 어디까지나
'순수한 식물의 섬유를 원료로 한 것'으로 결정하였다.


어떤 사람은 동물성이 아닌 그 순수한 식물성으로

    코를 풀고
    뒤를 닦고
    글을 쓰고
    집을 짓고

어떤 사람은 잡종이 아닌 그 순수한 유전자로

    그림을 그리고
    인형을 만들고
    수의를 짓고
    기도문을 쓰고

어떤 사람은 순수한 그 순수한 종이로

    협약이 되고 총칼이 되고
    서약이 되고 유서가 되고
    신분이 되고 수갑이 되고
    법률이 되고 벌레가 되고

어떤 사람은 모든 종이를 주워 모아 최소한의 밥을 만들고


꽃의 집


꽃은
아찔한 벼랑에서 핀다
정적과 바람 사이
꽃 대궁 둥근 알집이
1초2초5초
어머, 꽃 핀다
가느다란 꼭대기 흔들리는
벼랑이 꽃의 집이다
공중의 누각
한 채의 격랑으로
흔들리는
벼랑을 묻는다
몸의 중심에서 가장 먼 바깥
뿌리를 내리지 못하는
9층이 내 벼랑이듯
벼랑에 매달린 저 집이 궁금하다
꽃에게 나에게
뿌리 들려 사는 일은
벼랑 아닌 적 없기에
선문답
활주로가 놓이고
세상 모든 꽃은
벼랑 끝에서 이륙과정을 밟는다
활주로를 치고 날아오른다
몸의 집, 가장 아찔한 벼랑으로




플라톤을 패러디하다


-창문만 바라보는 시계가 있다. 시계는 등을 벽에 대고 평생 시간만 돌린다. 시계는 창문 말고는 아무 것도 볼 수 없도록 고정되어 있다. 시계 안에는 같은 표적을 바라보며 시간을 서술하는 시계가 있고 시계 뒤에는 문이 되고 싶은 벽이 있고 벽 오른쪽에 문고리이고 싶은 내가, 벽 왼쪽에 기어이 빠져나와야 하는 시계를 모방하는 시계의 그림자가 있다. 창문과 시계 사이 좁은 통로를 가끔 내가 지나간다. 시계는 창문에 어리는 내 그림자만 볼 수 있을 뿐, 시계는 내 그림자를 나라고 믿는다. 그러나 시계는 시선이라 뒷면이 없다. 시계는 결코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사실 나는 내가 아니다
시계가 복사해낸 시간의 그림자다




밥그릇 무기


달랑 한 채뿐인 산골의 빈집 사립을 들어서는 순간, 덩치 큰 개 세 마리가 일제히 양은 밥그릇을 주워 물고 나를 빤히 쳐다보는 것이었다. 쭈글쭈글한

빈 밥그릇!

쇠사슬에 묶인 채 짖는 것을 포기한 순한 동공, 묶인 원주율의 정체성, 약 3.14:1, 원둘레와 지름의 비율 그 공간에서는 낯선 침입자보다 밥이 더 무서웠던 것이다.

(컴퓨터일까 만년필일까
내 목을 조이는 밥의 원주율을 계산하며)

가만히 뒷걸음으로 돌아서는데 그제 서야 빈 밥그릇을 내동댕이치며 짖는다. 컹컹 내 목에 저장된 무리수의 사슬을 물어뜯는다.




수상한 직업


예고 없이,
잡고 있던 줄이 팅, 끊어졌다. 그를 조율하던 하루는 늘어나기만 하는 고무줄이다. 헐렁한 아침 해를 따먹는 며칠, 종이꽃처럼 물기가 없다.

강 하류,
종일 낚싯대를 드리우고 있는, 허가받지 못한 일상들, 틈에서 그도 실직의 비감을 드리운다. 은밀할 것도 없는 그의 가랑이 사이로

중심 없이 쓸려가는 찌,
다른 엉덩이의 몫이 되어버린 나날, 하이팩의자가, 걸려들어 시야가 뿌옇다. 천년이 흘러간 것 같다.

낚았다. 미깝도 달지 않은 바늘에. 모처럼, 숭어. 살아있으므로. 미쳐가는 것들도 있다. 숭어의 아가미를 땄다.

가정통신문을 펼쳐든 딸 아이
-아빠 직업이 뭐야?
-응, 수산업!

꿈 없는 저녁을 발라냈다




붉은부리갈매기


수면에서 물갈퀴를 놀리다
미끄러지듯 솟구쳐 물비늘을 털어내면
공중은 그의 붉은 사냥터다

슬슬 저공비행을 하는
날개 밑에 감춘 저 무애의 칼날
내리꽂힐 때마다

은빛은빛 작은 말을 하려고
수면을 살짝 밀어올린 물고기
!
물빛 지느러미의 소리 없는 단말마

서로 받아들일 뿐
동정하지 않는다

정확한 각도로 공회전하며 수면을 찢어놓고
세상에서 가장 큰 부리를 가지고도
필요한 만큼만 얻어가는 나그네

저들의 붉은 출항을 나는 지상에서 받아적는다



비행법


신생의 아침!
이제 겨우 추락하는 법을 익힌, 날개 터는 법을 좀 더 쉽게 배운 어린 새의 행보를 본다

솜털 묽은 발톱에 푸른 힘줄이 차오르지 않아서

아름드리 느티나무가 수많은 팔을 내밀자 물기 어린 날개가 펄럭인다 이 가지에서 저 가지로 날개를 접었다 펴는 쉼 없는 곡예의 아슬한 착지

어린 새는 느티나무의 첫 번째 주민으로 거듭난다
여물지 않은 부리로 느티의 겨드랑이를 긁어주고는 뒷발을 허공에 담근다

저 가벼워 보이는 비상
내가 보는 시선이다
나무의 진정한 주민이 되기 위한 유목의 시작이다
더 넓은 세상을 익혀 날개의 속도를 가로지른 후에 귀소 할 것이다

날개에 고스란할 공포, 아득한 허공은 새의 커다란 그릇
비행법은 사라지고 한동안 비행만 있을



크레바스


사람과 사람 사이에 크레바스가 있습니다. 크레바스와 크레바스 사이에 고립이 있습니다. 고립과 고립 사이에 빙하가 있습니다. 크레바스와 고립과 빙하 사이에 사랑이 있습니다.

사람 사이 살짝 드리워진 틈의 깊이는 얼마나 될까요. 우리가 자신의 몸을 감싸 안는데도 45억 년이 흘렀다는데요. 틈은 더 깊어진다지요. 사람은 고리입니다. 연결고리가 어느 날, 빙하가 풀리듯 풀리다 딱하고 멈춰서는 그곳에 크레바스가 산다지요. 크레바스에 한 번 빠지면 중요한 신체의 일부를 내어 주지 않고는 나올 수가 없데요 사랑도 그렇다지요.

마타 하리와 블라디미르, 클라라와 슈만처럼 신체의 일부를 떼어 내생을 걸었다지요. 영혼의 낭하를 따라 흐르는 칸나빛 단애

사랑하는 순간 크레바스를 밟는 것입니다 다시 돌아 나올 수 없는 무저갱입니다 



와일드 캣츠 


블루야, 블루야 날 부르는 익숙한 목소리
재빨리 발톱을 감추는 나는 족보 있는 러시안블루다

이런, 감상에 젖어 있을 내가 아니지 옥상 빨랫줄에 거꾸로 매달린 생선의 벌어진 입은 신앙처럼 깊다 으음, 완벽한 비린 냄새를 의심하며 부드러운 털의 블루를 버린다

내 몸을 두드려 나를 날아봐라

추락의 알몸은 울컥울컥 부드러운 털을 뽑아낸다 추락한 바닥이 튕겨 오른다 그 누구도 내 털을 기억하지는 못할 것이다 몇 번의 동작을 패러디 하지만 일정한 경계는 사실적이다

우아한 양탄자 촉감이 아니었다 게으른 햇볕을 희롱하던 달콤한 잠 오오 그 낮잠! 블루야 라고 예쁘게 불러주던 까칠한 공주는 남의 집 생선이나 터는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은빛 나는 조밀한 내 꼬리털은 야생의 골목을 두리번거리기엔 안성맞춤이야

성찬은 끝났다 섣불리 아침은 말 할 수 없다 하지만

내일은 시궁쥐라도 날것을 먹어야지 신문지에 입을 쓰윽 닦으며 서서히 앞발톱이 길어지는 것을 흐뭇해하며 천체망원경 같은 눈빛으로 노숙을 길들이기 위해 바닥을 오르는 계단을 오래도록 음미한다

용기 있는 출가는 난해한 자유야,






神을 부르면 시인과 신이 마주 봐요
신이라는 거 별거 아니에요
옆으로 늘여서 읽으면 시인이 되니까요
시인이라는 거 더 별거 아니죠
짧게 발음하면 신이 되니까요

神은 어디에 계시나요?
 
오지 않은 겨울에게
연필 한 자루
사실을 거짓이라 우기고
거짓을 사실이라 완벽하게 기록하는
원고지의 붉은 칸을 보고

시인이다 하시잖아요?

물불 가리지 않고 길을 신고
어딜 가나요. 신발
헐렁해요 조여와요
진창이에요 대리석이에요
일방통행이에요
바닥을 갈아 신어야 하는데

꼭 맞는다 하시잖아요?

닳아가고 있어요
엘리엘리 레마 사박타니!
썩지 않고 닳기만 해요
그래서 헐렁해요

신은 어디에나 계시나요?

天. 地. 人. 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