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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태식0.jpg

 

계간 리토피아(주간 장종권)가 주관하는 인천뉴스, 미디어인천신문, 독서신문사, 솔출판사가 후원하는 제6회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자가 지난 1월 실시된 심사(본심-강우식, 허형만, 장종권)에서 남태식 시인(시집 망상가들의 마을, 리토피아 발행)으로 결정되었다. 김구용시문학상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독창적인 세계를 끊임없이 추구하며 새로운 시에 대한 실험정신이 가득한 등단 15년 이내의 시인이 발간한 시집 중 엄정한 심사를 거쳐 선정하고 있다. 시인 개인의 잠재적인 미래성 평가와 차세대 한국시단의 주역으로서의 가능성이 심사의 주요 기준이다.

 

남태식 시인은 2003년 계간 리토피아로 등단하였으며, 시집 속살 드러낸 것들은 모두 아름답다, 내 슬픈 전설의 그 뱀, 망상가들의 마을이 있다. 심사위원들은 ‘요설과 말장난이 득세하고 있는 시단의 요즘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망상가들의 마을에서 남태식이 보여주는 소탈하고 직정적인 언어는 퍽 예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망상가들의 마을’로 변해버린 욕망의 대한민국에 대한 그의 야유 섞인 풍자는 ‘헬조선’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작금의 한국사회에 대한 상당히 집요한 탐구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특히 괄목할 만하다. 4대강 사업, 실업 문제, 세월호 사건, 입시지옥에 대한 그의 비판적 사유, 사회학적인 상상력은 한국 시단의 한 전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김구용시문학상의 제1회 수상자는 권정일 시인, 제2회 수상자는 장이지 시인, 제3회 수상자는 김중일 시인, 제4회 수상자는 김성규 시인, 제5회 수상자는 김언 시인이었다. 상금은 300만원이다. 시상식은 3월 5일 오후 5시 인천 C&K컨벤션웨딩부페에서 진행하는 제6회 김구용문학제 중 갖게 된다. 이 자리에서는 제6회 리토피아문학상(수상자 최향란 시인)도 함께 시상하게 되며 축하공연으로 가수 신현우, 신윤성의 특별공연이 있을 예정이다.

 

김구용시문학상운영위원은 김동호(시인), 강인섭(시인), 임강빈(시인), 장종권(시인), 임우기(평론가), 구경옥(유족)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본심 심사위원은 강우식(시인), 허형만(시인), 장종권(시인)이다.

 

제6회 수상자

남태식 시인(수상시집 : 망상가들의 마을, 리토피아 발행)

 

 

심사평

비유와 상상으로 굳혀진 예리한 풍자의 칼날

 

2015년은 다른 해보다 유독 시집의 출판이 왕성한 한 해였다. 한 권의 시집이 세상에 나와 독자들의 입에 좀 회자되는가 싶으면, 또 다른 시집이 나와 독자들의 관심이 또 옮겨가는 일들이 많았다. 그 주기가 유난히 짧은 한 해였다. 개별적으로 놓고 보아 좋은 시집들이 많이 나온 셈이지만, 그 세계 면에 있어서는 이 몇 년 사이의 주제의식을 크게 벗어나 자기만의 세계를 보여준 경우는 몇 개의 예외를 제외하고는 없었다. 또 그 전의 자기 세계를 더욱 발전시킨 경우도 많지 않았다.

그 사이 ‘신경숙 표절 사건’이 있었고, 기존의 문학 제도에 대한 다각적인 반성이 있었다. 대형 잡지사의 편집진이 개편되었고, 기성 잡지와는 차별되는 독립잡지들이 두어 종 생겨나서 제법 호응을 얻고 있다. 시단에서는 ‘표절’ 문제에 대해 그리 깊이 있는 논의가 없이 오불관언으로 시종일관하고 있는 느낌이지만, 정말 그래도 좋은지 의문이 든다. 문예지를 넘겨보면, 거의가 비슷한 이야기만 하고 있고, 신춘문예나 신인 투고의 당선작들은 해마다 표절 시비에 휩싸이고 있는데 자정 노력이 없다. 아무리 읽어도 이해할 수 없는 요령부득의 시를 좋은 작품이라고 상찬하는 평론가들이 적지 않고, 거기에 상을 주고 그 띠지를 시집에 둘러 파는 대형출판사들도 있다. 이제 좀 시의 본령인 ‘순수한 마음’으로 돌아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요설과 말장난이 득세하고 있는 시단의 요즘 추세에 비추어 볼 때, 망상가들의 마을에서 남태식이 보여주는 소탈하고 직정적인 언어는 퍽 예외적인 것으로 여겨진다. ‘망상가들의 마을’로 변해버린 욕망의 대한민국에 대한 그의 야유 섞인 풍자는 ‘헬조선’이라고까지 불리게 된 작금의 한국사회에 대한 상당히 집요한 탐구의 소산이라는 점에서 특히 괄목할 만하다. 4대강 사업, 실업 문제, 세월호 사건, 입시지옥에 대한 그의 비판적 사유, 사회학적인 상상력은 한국 시단의 한 전위를 형성하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풍자의 칼날이 예리한 것은 물론 그의 현실 인식은 적절한 비유와 상징으로 알맞게 굳혀져 그 깊이에 있어서도 손색이 없다. 이번 시집에는 ‘죽음’의 이미지가 끈질기게 되풀이 하여 나타나고 있거니와, ‘안개’나 ‘무덤’, ‘벽’에 관한 그의 관심은 앞서 언급한 사회학적인 상상력들과 서로 얽히면서 ‘죽음’의 의미적 외연을 넓히고 있다. 그러나 이 ‘죽음’은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이번 시집에서 ‘사랑’을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는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하면, ‘꽃’에 대해서도 끈질기게 쓰고 있다. 그는 우리 모두의 어떤 실존적 한계상황을 ‘무너뜨리고’ 신생의 길, 사랑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하고 싶어 하는 것 같다. 그 과정에서 그가 보여준 반복과 열거의 리듬, 그 언어적 율동감은 그의 시 세계에 있어서 또 다른 진경을 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망상가들의 마을은 남태식의 세 번째 시집이다. 그의 묵묵히 걸어온 시력과 겸손후덕의 인품까지를 감안하여 그의 세 번째 시집을 김구용시문학상 수상시집으로 선정한다. 부디 상의 무게에 짓눌리지 말고 더 크고 깊은 시 세계로 정진해 가시기를 기원한다.

2016년 2월

본심위원 강우식, 허형만, 장종권(글)

 

 

수상소감

함께 아파야 했던 제 아픔의 기록

 

2010년 여름에 낙동강 칠백리 길을 혼자서 걸었습니다. 20대 초반 몇 년 간 백수로 혼자서 여기 저기 떠돌아다니며 산 적이 있었는데,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 여럿이서 하는 도보여행에 함께 한 적이 가끔 있긴 했지만 혼자서 하는 도보여행은 그 때 이후로 전혀 못했습니다. 오십을 넘기면서 더 늦으면 하고 싶어도 혼자서 하는 도보여행은 다시 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어서 오십을 넘긴 그 해 혼자서 하는 도보여행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 도보여행길이 낙동강 칠백리 길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강원고성 통일전망대에서 출발하여 강릉까지 오는 동해안 바닷길을 걷는 것으로 목표를 정했습니다. 이 길은 역시 20대 초반에 혼자서 도보여행을 한 적이 있는 길이었고, 혼자서 자전거 여행을 한 적도 있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추억을 떠올려보고도 싶었고 어떻게 변했을까 하는 궁금증도 담아 준비를 마쳤는데 출발하기 임박해서 4대강 관련 기사를 읽다가 갑자기 마음을 바꾸었습니다. 동해안 바닷길은 나중으로 미루어도 괜찮지만 4대강은 지금 보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사실 도보여행이라고는 하지만 4대강 보 공사현장을 중심으로 해서 걷는 것이었기 때문에 여행이라기보다는 답사라고 이름 지어야 하지 싶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해서 일주일간 함안보, 합천보, 달성보, 강정보, 구미보, 상주보 주변을 걸었는데, 보 공사현장의 위치를 정확하게 알 수가 없어서 가는 곳마다 자치단체에 먼저 들러 위치를 확인한 후 찾아갔습니다.

처음에는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한 곳 두 곳 보는 곳이 늘고, 하루 이틀 날이 지나면서 모르는 사이 가슴을 많이 다쳤다는 것을 여행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온 뒤에야 알았습니다. 애초 시를 쓸 목적으로 한 여행이 아니었는데 몇 달 지난 뒤 시를 써야 하게 되었을 때 자연스레 가슴에서 제일 먼저 터져 나온 시들이 4대강 관련 시들이었습니다. 제 이번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 2부에 실린 4대강 관련 시들은 이렇게 써 진 시들이고, 제 이번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은 또한 이렇게 4대강을 포함한 이런 저런 여러 가지 아픈 일들을 겪으면서 함께 아파야 했던 제 아픔의 기록입니다.

혼자 공부를 하면서 스스로 스승으로 모시게 된 선생님들이 여러 분 계십니다. 이런 선생님들은 비록 책으로이기는 하지만 늘 가까이 하고 자주 찾아뵙습니다. 김구용 선생님도 제 스스로 스승으로 모셔 늘 가까이 하고 자주 시로 찾아뵙는 선생님 중의 한 분이십니다. 시로서 아직 많이 모자라는 제게 이런 상을 주신 것에 대하여 고마우면서도 한편 부끄럽습니다. 이 부끄러움은 앞으로 더 열심히, 더 치열하게, 좋은 시를 쓰는 것으로 갚아 나가겠습니다. 고맙습니다.

2016년 2월

수상자 남태식

 

 

 

수상 시집 망상가들의 마을 중에서

집중

 

 

안개가 짙다. 안개가 짙으면 안개에 집중해야만 한다.

 

안개의 몸피를 더듬어 가늠하고 손가락 발가락의 수를 세어보아야 한다. 안개의 표정은 맑은가 어두운가, 입술은 여태껏 앙다문 체인가 배시시 열리는 중인가, 안개의 속살은 두꺼운가 부드러운가 또 얼마나 깊은가 음습한가 헤아려보아야 한다. 안개의 속살 사이에 들어앉은 나무와 풀과 집과 그 안의 숨결들, 웃음들, 빈 들판의 눈물들, 쉼 없이 나뭇가지를 흔드는 한숨들을 코로 귀로 숨으로 느껴야 한다. 감전된 듯 감전된 듯 온몸을 떨어야 한다. 언젠가는 걷힐 안개에 뒤따르는 햇살, 뒤따라 날아오르는 새 떼들의 날갯짓 따위는 잠시, 어쩌면 오래도록 잊어야 한다.

 

바야흐로 때는 안개가 짙을 때, 어김없이 안개가 짙고, 지금 우리는 오직 이 안개에만 집중해야 한다.

 

 

 

 

무너져라, 벽

 

 

큰 집 대문과 무덤 사이에

벽이 있다.

 

귀를 잃은, 듣고 싶은 것만 듣는 벽은

눈을 잃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벽은

입을 잃은, 하고 싶은 말만 하는 벽은

 

번듯한 군대마냥 나름 꿋꿋하고

도시에 쏟아진 폭설처럼

호들갑스러우나 시방 더 이상 자라기를 멈춘

피로한 식물이다.

 

가로막은 벽 이 편 무덤가에는

큰 집 대문을 향해 나아가는

무덤을 뛰쳐나온 거듭 거듭나는

여러 무리의 새 아이들

 

벽을 무너뜨려라.

 

쿵!

한 무리의 아이들이 앞서며 땅을 밟으니

쿵! 쿵!

또 한 무리의 아이들이 뒤이어 땅을 밟고

쿵! 쿵! 쿵!

또또 한 무리의 아이들이 연이어 땅을 밟는다

 

무너져라, 벽!

 

무너진다, 벽!

 

 

 

 

벗다

 

 

무덤에 안 드니 경칩 지난 눈바람도 무지 매섭다. 골골 휘저으며 눈발로 등성이를 내리 뭉개니 시려 가슴을 웅크려 오므린다. 눈밭에 몸을 숨기니 겨울은 아무래도 못 건넌다.

 

무덤에 드니 한겨울의 칼바람도 다소곳하다. 찬 기운 오래 일도록 밤새 빚은 눈의 뼈 굳히지 않고, 잠깐 든 햇살에도 모두 삭힌다. 무덤에 몸을 묻으니 겨울은 아무튼지 건넌다.

 

무덤에 들어 겨울을 건너니 느닷없는 봄이 오고, 드디어 무덤마저 다 벗는다.

 

 

 

 

다시 불리어진 노래

 

 

어수선산란한 바람에 휘둘리는 밤과 새벽까지 피울음을 삼키는 아침의 날들이 있었다.

 

들지도 깨지도 않은 피 먹은 듯 늘 붉은 눈의 잠이 있었다.

 

노래가 있었다.

 

기억의 실을 자아내지 않고도 추억의 그물을 촘촘히 짜 때때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반복해서 들려주어 반복해서 듣던 노래가 있었다.

 

그 노래가 불리어졌다.

일순간 과거에 사로잡힌 세뇌된 광신의 무리들에게서 집단적으로 불리어진 향수의 노래에 오래 애써 쌓은 둑이 무너졌다.

 

그 시절, 우리가 반복해서 듣던 노래는 무엇인가.

그 후, 우리가 오래 애써 쌓은 둑은 또 무엇인가.

 

향수의 노래를 부른 우리는 대체 누구인가.

 

묻는 사이,

 

밤을 휘두르는 어수선산란한 바람과 새벽까지 삼키다가 아침을 맞는 피울음의 공포로 들지도 깨지도 않은 붉은 눈의 잠이 다시 이어졌다.

 

 

 

 

아니오

 

 

무덤의 나라에는 아니오가 없다.

 

아니오가 없는 무덤이

허물고 쌓고 허물고 쌓는 것들은

모두 무덤

 

무덤들 위에 새로 피우고 돋우는

꽃들도 무덤

풀들도 무덤

 

무덤이 된

꽃들이 슬프다.

풀들이 슬프다.

 

아니오가 없으면

아니오가 없는 나라도 무덤

그 나라의 산천이 모두 무덤

 

아니오가 없는 무덤이 슬프다.

아니오가 없는 나라가 슬프다.

그 나라의 산천이 모두 아프다.

 

 

 

 

복제

 

 

이 강에서 투전을 벌여 보물을 낚은 자들은

다 먹튀다.

 

먹튀들이 낚시를 던지고 있다.

장미꽃잎들을 흩뿌리며 투전판을 늘리고 있다.

애초의 속셈대로다.

 

저 장미꽃잎들!

어김없다.

낚싯밥이다.

 

늘린 투전판에서 보물을 낚는 자들도

여전하다. 언제나

그 먹튀다.

 

남은 것은 모두

무덤이다.

 

생명의 물을 정화하다 투전으로 밀려난

강모래들로 쌓아올린 모래무덤이다.

속이 빈 깡통 같은, 그런,

 

무덤이다.

 

 

 

 

오월, 초록

 

 

미처 다 피우지 못한 어수선한 조증의 꽃 떨어진 밑자리를 서성이다가, 되돌릴 과거는 기억조차 가뭇한 데 벼락처럼 솟은 절벽을 마주하고 울증에 빠진,

 

조증의 시간 오래도록 지켜낼 꿈을 꾸며 동면에 든 뱀처럼 침묵으로 견디다가, 어느 새벽 잠결인 듯 꿈결인 듯 절벽에서 내동댕이쳐져 멍투성이로 사라진,

 

술렁술렁 웃으며 푸른 핏줄 불끈 세우며, 우우우 이 오월의 숲에서 초록의 함성 떼로 내지르며 다시 일어서는,

 

사내, 한 사내, 한, 꿈의 사내.

 

 

 

 

하늘

 

 

퇴근길 서울 여의도 거리에서는 실직한 30대 전직회사원이,

오후 울산의 단골가게에서는 무직의 20대 청년이,

심야 수원의 어떤 가정집 거실에서는 술에 취한 일용직 30대 노동자가,

칼을 휘둘렀다.

모두 지난 한 주에 일어난 일이다.

 

퇴근길 서울 여의도 거리에서는 분노한 30대 전직회사원이,

오후 울산의 단골가게에서는 절망한 20대 청년이,

심야 수원의 어떤 가정집 거실에서는 술에 취해 자포자기한 30대 노동자가,

칼을 휘둘렀다.

모두 지난 한 주에 일어난 일이다.

 

뭉뚱그려 우리는 이 모두를 묻지 마 범죄라고 부른다.

묻지 마 하류, 묻지 마 벼랑 끝,

묻지 마 칼부림, 묻지 마……

 

퇴근길 서울 여의도 거리에서는 분노한 하늘이,

오후 울산의 단골가게에서는 절망한 하늘이,

심야 수원의 어떤 가정집 거실에서는 자포자기한 하늘이,

칼을 휘둘렀다.

모두 지난 한 주에 일어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