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ose_btn
문화예술소통연구소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로그인 회원가입 닫기
조회 수 103 추천 수 0 댓글 0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

단축키

Prev이전 문서

Next다음 문서

크게 작게 위로 아래로 댓글로 가기 인쇄 첨부

우성희 표지.jpg

작가사진1-1.jpg



리토피아신서·19
내 인생의 작은 뜨락에서

인쇄 2018. 6. 25 발행 2018. 6. 30
지은이 우성희 펴낸이 정기옥
펴낸곳 리토피아
출판등록 2006. 6. 15. 제2006-12호
주소 22162 인천 남구 경인로 77
전화 032-883-5356 전송 032-891-5356
홈페이지 www.litopia21.com 전자우편 litopia@hanmail.net

ISBN-978-89-6412-097-2 03810

값 12,000원


1. 저자

우성희 한국동란이 일어나기 한해 전 왕십리에서 태어났다.
 
노는데 팔려 학업은 소홀히 하고 음악다방의 어설픈 디제이 노릇을 하며 반 백수 생활을 하던 중, 일본계의 섬유디자인회사에 취업하여 날염 디자인을 일본에 수출하는 것이 평생의 밥벌이 방편이 되었다.
 
뒤늦은 각성으로 다시 대학을 가서 방송대에서 일본학을, 한양대학원에서 경영학을 공부했다.
 
2013년 한국산문을 통해 수필가로 등단했다.
 
 인생의 가을에 와있는 지금 그리기와 쓰기로 행복한 노년을 보내고 있다.


2. 서문

내 인생의 작은 뜨락에서

나는 한국동란이 일어나기 전해에 서울 왕십리의 철도 관사에서 태어났다. 가끔 서울깍쟁이라고 스스로 그렇게 표현하기도 하지만 정상인과 조금 다른 내 신체조건과 그로 인해 약간 까칠하고 소심해진 내 성격을 감추려는 방편인지도 모르겠다.

일본에서 공부하고 오셔서 광산鑛山 소장으로서 나름대로 잘나가던 아버지는 해방과 함께 실업자가 되었고, 광복되던 해에 경찰에 투신하신 어머니는 전쟁 중 북한군에게 끌려가 죽을 고비를 넘긴 후 옷을 벗었다. 경찰 생활을 하느라 불규칙한 수유授乳로 인해 자식이 소아마비 장애를 일으켰다고 생각이 들었는지, 나에게는 유독 엄격하셨다. 신체적 약점이 생긴 자식을 정상인 못지않게 키워내기 위한 노력이었으리라 생각된다. 초등학생 시절, 아버지와는, 당신 손에 이끌려 동대문야구장에서 ‘재일동포 학생야구단 초청 고교야구 대회’를 관람 하는 등 좋은 기억도 있지만, 어머니에게는 성적향상을 위해 혹독히 훈육 받은 기억이 대부분이다.

그 덕분인지 비교적 모범생으로 자라던 나는 고등학교 일학년 때에 우연처럼 운명의 짝을 만났다. 영악하지 못하고, 계산적이지도 못한 우리는 주위의 온갖 우려 속에서도 십 년간의 연애 끝에 눈이 펄펄 내리던 어느 해 겨울 남산 기슭의 한 예식장에서 맺어졌다. 엄격했기에 응석을 부릴 수 없었고, 그랬기에 어머니에게서 받지 못했다고 느낀 모성의 정을, 아내에게서 찾았다면 너무나 불효한 소리일까? 인정 많고 자상하던 아버지가 돌아가실 때는 무덤덤하던 내가 소원疏遠하던 어머니의 상중에는 많이 울었던 기억이 새롭다.

긴 연애 끝에 결혼하던 날 주례를 서주신 존경하던 변호사님께서 ‘요즘 세상에 보기 드물게 긴 사귐으로 첫사랑을 성공시킨 커플이라’ 하신 주례사의 한 구절이 아직도 기억의 한 귀퉁이에 남아있다. 사랑만 믿고 결혼한 우리는 가진 것 없이 회사와 가까운 서울 서쪽 변두리의 셋집에서 신혼을 시작했지만, 결혼한 지 사년 만에 내 집 장만의 꿈도 이루었다. 가장인 나는 성실히 직장생활을 이어갔을 뿐이었지만 ‘백지장을 맞든’ 아내의 살뜰한 절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딸을 본지 삼 년 후 원하던 아들도 얻었다.
그렇게 꽃피고 새 우는 봄과 오곡백과가 영그는 가을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내 인생에도 가을이 찾아왔다.
사람의 일생에 어찌 사연이 없으랴! 일개 소시민인 나에게도 이런저런 우여곡절 속에 하고 싶은 이야기가 참으로 많았다. 그리고 인생의 가을에서 내 인생의 편린과 생각들을 정리해 보고 싶었다. 글은 일단 재미있어야 한다는 것이 내 지론이다. 내 인생과 생각들을 있는 그대로 쉽고 재미있게 쓰고자 노력했다.

 내 인생의 뜨락에 피어나서 열매 맺은 모든 것들을 소중히 간직하고 싶다.
2018년 6월


3. 목차

차례


프롤로그 ·04

제1부
서울사람에게도 고향은 있다·012 │아비와 아들 ·017│경포대의 보름달 ·023│
아홉시간의 기다림 ·028│바르게 살기의 지겨움 ·036│마현의 강,다산 그리고 나 ·042│
꽃길 ·048│7일 간의 단절 ·053│남편 독립 만세 ·057│나는 방울이다 ·060│
방울이가 간곳 ·066│내손에 들어온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072│망자와의 산책 ·077


제2부
책 도둑이 원하는 공간 ·084│여보 우리 왜 이래 ·088│칼국수를 먹는 순서 ·092│
어린 연인들 ·097│혼밥 ·101│사라진 피맛골 ·106│역설적인 가르침 ·110│
강을 건너다 ·015│아직도 나는 제거를 좋아해 ·120│아내와의 브런치 ·125│
인터뷰 ·129


제3부
이 또한 지나가리라 ·134│녀석은 어디로 갔을까 ·139│아침산책 ·143│
때를 기다리다 ·148│말 ·154│멋있게 살기 ·158│몽키 바나나―첫 키스의 추억 ·162│
신념과 집념·167│사랑 어렵다·176│기분 좋은 아침 ·125│
순간의 선택이 인생을 좌우한다 ·180│달리다 ·185│고마워요 처형 ·189│
세월이 흐르면 ·193


제4부
할머니가 뿔났다·198│희망의 대화 ·204│한국 남편이라서 행복해 ·209│
화담숲 봄나들이 ·214│간절히 원하면 반드시 이루어진다 ·218│
열매의 똥 이야기 ·223│친일親日과 극일克日 ·228│사랑하면 할수록·233│
행복한삶·238│가을이 오면―인생 四季 ·243│되돌리고 싶은 것들다 ·248│
아! 정말 쩐다·252│완장·257


에필로그 ·262  추천사·266


4. 본문

서울사람도 고향은 있다


강남의 P호텔에서 저녁 모임이 있어 중랑천 변을 따라 동부 간선 도로를 달렸다. 이른 저녁, 태릉 나들목으로 들어서자 눈앞에 펼쳐지는 풍경이 눈길을 끌었다.

천변의 둔치에는 여러 가지 운동시설이 잘 비치되어 있어 많은 사람이 여유롭게 주말의 오후를 즐기고 있었다. 코트에서 땀 흘리며 농구를 하는 젊은이들, 자전거 타는 이, 조깅하는 사람, 인라인스케이트를 타는 이, 그 외에도 애완견을 데리고 산책하듯 천천히 걸어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냇물은 크게 S자를 그리며 유유히 흐르고 개울 한가운데 해오라기인지 이름 모를 물새가 한 다리로 서서 지는 해에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이다. 생각은 거슬러 올라 과거로의 여행이 시작된다.
할아버지 때부터 서울에서 살았어야 진짜 서울사람이라지만 서울에서 태어난 나는 어쩔 수 없이 서울사람이다. 남에게 신세지기 싫어하고 내 것 남 주는 것도 별로 내켜 하지 않는 서울깍쟁이, 말 그대로 서울내기다. 어머니는 왕십리의 철도 관사에서 나를 낳으셨단다. 일제하 일본에서 공부하고 일본인 회사에서 근무하시던 부친은 해방과 함께 실업자가 되었다. 어렵사리 서울 생활을 꾸려가던 아버지는 한국동란으로 고향인 대전으로 피난을 가셨다. 어린 나이에 공부 때문에, 홀로되신 할머니와 함께 떠나야 했던 그, 말뿐인 고향으로.

유아기를 대전에서 보내긴 했지만 나는 그곳에 대한 추억이 없다. 고향 이야기만 나오면 시골 출신 동무들은 자랑 섞어 이야기 한다. 가난했지만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랐다고, 주위가 온통 들이고 산이었다고, 한 발짝 나서면 온통 논이고 밭인 그런 목가적인 풍경 속에서 자랐다고 한다. 나는 눈을 감고 상상을 해 보지만 무리다. 그곳 대전도 도회지나 마찬가지다. 더욱이 피난살이 하던 그 집은 역전 동네여서 아무리 50년대였다지만 목가적인 풍경은 없다. 어릴 때부터 살아온 서울 역시 그렇다.

초등학교를 거쳐 중고등학교까지 지방 출신 동무들을 만날 기회가 적었다. 지방 출신이라 해도 어릴 때 부모 따라 올라온 서울 거주자들이라 촌놈 냄새가 없었다.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 생활을 하며 본격적으로 시골 출신 지인들이 생겨나고 사회생활을 거치며 이런저런 에피소드도 생겼다. 초임 관리자 시절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경상남도 고성 출신의 부하 직원에게 뭔가를 가져오라고 심부름을 시켰는데
“홀팡다예?”
라고 되물어오는 거였다. 나는 그 말을 전혀 못 알아들었다. 그러자 옆에 있던 그 지방 선배 직원이,
“전부 다요?, 라고 묻는 겁니다.”
하고 통역을 해주었다. 웃지 못할 촌극이었다. 군대 경험이 없는 나는 그즈음에야 영호남의 묘한 갈등도 피부로 느끼기 시작했지만, 지금껏 어느 지방에 대해서든 호불호는 없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후 지금까지 이런저런 술자리가 있다. 그중 많이 성공한 지방 출신 친구와의 만남도 있다. 그때, 거나해져 기분이 좋아지면 나는 가끔 웃으며 이런 말을 한다.
“촌놈, 서울 올라와서 출세했네?”
어쩔 수 없이 가끔씩 보이는 그의 순수함이랄까? 때 묻지 않은 촌스러움이 귀엽기도 하고 ‘촌놈 주제에 서울놈 보다 잘 나가?’ 하는 텃세 비슷한 감정이 섞인 농이다. 상대방은 늘 허허 웃고 말므로, 그 속까지야 내가 알 수 없다. 그냥 출세 못 한 서울놈의 푸념쯤으로 듣고 말겠지 하고 치부하고 만다.

추석이나 설 명절에, 북새통인 서울역이나 꽉 막힌 고속도로를 보면서 지방 출신이 아니라 얼마나 다행이냐고 너스레를 떨어보지만 헛일이다. 정지용의 향수가 그려내는 그런 그림같은 고향이 없는 것을 못내 아쉬워하는 감정 달래기일 뿐이다. 시골 출신 지인들이 서울사람들은 고향이 없다고 단정하듯 말해도 뚜렷하게 반론을 제기할 수 없었다. 그런 것도 같았다. 그러나 잊고 있었을 뿐이다. 달리는 차창 밖의 풍경이 스르르 그 옛날 강가로 변하기 시작한다.

미아 사거리에 있는 초등학교 4학년인 우리는 지금의 노원구 월계동의 꿈의 숲 고개를 넘고 있다. 고갯마루에서 바라다 보이는 내리막길이 실뱀처럼 구불구불 가늘고 길게 이어져 내려간다. 먼지가 풀풀 날리는 비포장 오솔길엔 지게에 엿 목판을 지고 가위를 절그렁거리는 엿장수 아저씨가 우리를 앞서가고 있고 꿈의 숲 입구쯤에 있던 초가지붕이 정겨운 주막에선 오가던 길손들이 탁배기 한 사발로 더위를 식히고 있다. 우리는 내처 걸어 강 같은 중랑천에 다다른다.

자동차 전용도로도 둔치도 없는, 갈대와 잡풀만이 무성한 그 샛강의 모래는 말 그대로 은빛이었다. 그 은빛 백사장 위에 옷을 훌훌 벗어던지고 벌거숭이 우리들은 냇물로 뛰어들었다. 족대로 냇가 풀숲을 쑤셔대며 물고기를 잡았다. 개헤엄을 치면서 맑은 물 따라 흘러갔다가는 까르르 물보라를 일으키며 거슬러 뛰어 올라왔다. 해가 설핏 하도록 물장구치고, 고기 잡으며 놀았다. 배가 고프면 천변에 잘 자란 빨갛게 익은 토마토를 따먹고 목이 마르면 강물을 마셨다. 차가운 강물에 한기가 들면 냇가에 나란히 앉아 해바라기로 몸을 덥혔다. 잡은 물고기들은 됫병에 넣어 오지만 태반은 배를 허옇게 뒤집고 죽어버려 우리를 안타깝게 했다. 돌아가기 못내 아쉬워 뒤돌아보는 샛강에선 송사리가 튀고 은빛 백사장을 끼고 구불구불 냇물이 저녁 햇살에 물고기 비늘처럼 반짝인다. 지금 시골의 오염되지 않은 샛강 그대로다.  

키 낮은 기와들이 옹기종기 처마를 맞대고 있는 골목안의 집에서는 놀이에 지치고 허기져 돌아온 우리를 늘 푸근한 어머니와 정다운 이웃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때로는 너무 늦었다고 야단을 맞기도 했지만 어머니가 차려주시는 저녁상은 반찬이 없어도 꿀맛이었다. 저녁밥을 달게 먹고 나면 곧바로 골목에 나와 닭쌈 등을 하며 어둡도록 어울려 놀았다. 
그랬다. 서울사람도 고향이 있다. 잊고 살았던 우리의 고향이!
                                                         


  1. 윤은한 시집 '야생의 시간을 사냥하다'

  2. 최종인 산문집 '똥둑간 똥쟁이'

  3. 우성희 수필집 '내 인생의 작은 뜨락에서'

  4. 지평선동인지 민달팽이 한 마리가

  5. 김영진시집 '달보드레 나르샤

  6. 고종만 시집 '화려한 오독'

  7. 백인덕 시집 '짐작의 우주'

  8. 김동호 시집 '단맛 뜸들이는 찬 바람'

  9. 정재호 시집 '외기러기의 고해'

  10. 박하리 시집 '말이 퍼올리는 말'

  11. 정무현 시집 '사이에 새가 들다'

  12. 장종권 시집 '전설은 주문이다'

  13. 양진기 시집 '신전의 몰락'

  14. 강우식 시집 '하늘 사람인 땅'

  15. 천선자 시집 '파놉티콘'

  16. 강문출 시집 '낮은 무게중심의 말'

  17. 박철웅 시집 '거울은 굴비를 비굴이라 읽는다'

  18. 김설희 시집 '산이 건너오다]

  19. 황영선 시집 '살아 있었습니까'

  20. 지평선시동인지 2집 '꽃의 고요를 핥아라'

Board Pagination Prev 1 2 3 4 5 6 7 8 9 10 Next
/ 10